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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D-14,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사랑에 빠질 확률' (원제: Medianeras, 뜻 : Sidewalls)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단순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하나로 영화를 봤다.


영화 보기 전에 잠깐 시놉을 보고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겠거니 했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워워~~

절대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면 안된다.


영화가 굉장히 외롭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시 풍경도 외롭고.


어느 곳이나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에서는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 밖에 없고, 

그런 외로움 속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발견'하길 바라게 되나보다.


영화의 주인공 마틴과 마리아나 역시 '신발공장' 같은 작은 원룸에 혼자 살며

외롭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둘은 바로 옆 건물에 살면서 종종 거리에서, 수영장에서, 가게에서,

그리고 또 온라인 채팅방에서 스쳐지나가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극적인 이야기 전개보다,

차분하게 이어지는 두 주인공의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외로움과 고독함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탱고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한 환상 대신 

제멋대로 올라간 불규칙한 건물들의 도시,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지구반대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도시 곳곳의 풍경들,

그리고 감독이 마틴과 마리아나의 독백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들은

여행자들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서 그것의 속살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근데, 영화의 제목은 원제 그대로 sidewall, 

측벽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관객은 덜 들었겠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급격히 또 불완전하게 팽창하고 있다.


버림받은 나라의 인구 과밀의 도시.

수천개의 빌딩이 하늘로 치솟는 곳.


건물은 제멋대로다.


고층 바로 옆에 저층 빌딩이 있고

그럴싸한 건물 옆에 황당한 건물이 서있고

프랑스풍 건물 옆엔 밋밋한 건물이 서있다.


이런 불규칙성은 우리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 같다

.

.

.

강에게 등을 돌린 도시에서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난 확신한다.


별거와 이혼, 가정 폭력과 과다한 케이블 TV 채널, 소통 부족과 무관심, 

무심함, 우울증, 자살, 신경쇠약, 공황 발작, 비만, 긴장감,

불안감, 건강염려증,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등은 건축가와 건축업자의 탓이 크다.


난 이 모든 질환에 시달린다.

자살만 빼고.


-마틴의 독백 중






by 길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