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지금과 변함없는 동안 외모의 아내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같은과 신입생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다.

빨간 롱코트에 머리도 새빨갛게 염색을 했었다. 

마치 그녀를 중심으로 캠프파이어를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소 팔아 대학등록금을 냈던 시골 촌뜨기에게 문화적 충격은 상당했다. 

절대 쟤랑은 엮이지 말자! 

그런 그녀와 나는 5년 뒤 커플이 되었고, 6년을 연애하고나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16년, 결국 우린 남미여행을 가게 된다. 

이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길치 아내를 소개한다.



우리 여행의 네비게이터, 그녀는 아주 심각한 길치다. 

지도는 도대체 왜 보는건지, 결국 찍힌 사진은 죄다 지도 보고 있는 사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파선의 키를 잡고 목적지를 결정하는 것은 늘 그녀의 몫이다. 

왜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는 앞장서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절대 지기 싫어하는 그녀가 고작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겠는가. 

아직도 후회하고 있는 것이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친 일이다 OTL...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녀는 2마리의 고양이를 기르고, 동물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 

그래서 고기도 끊었다.

나의 ‘O’형 아내는 나폴레옹 보다 용감하고, 독립투사처럼 정의감에 불타며, 

추진력이 LTE급이다. 언제? 특히 놀 때. 


주변 지인들의 부러움과 반대로 솔직한 내 기분은 입영통지서를 받은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이 ‘남미’가 아니었다면, 굳이 영어도 안통하고, 

대낮에도 강도가 기승을 부리는 그 ‘남미’가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이 여행에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by 소심한 남편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심한 남편을 소개합니다!  (0) 2016.01.21
길치 아내와 소심한 남편의 '가능한 남미여행'  (0) 2016.01.11

남미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 소심한 남편을 소개합니다.

<가능한 남미여행>의 짐꾼. 일명 셰르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직성이 풀리는, 조심성 많고 걱정 많은 남자.

(지금 이 순간에도 남미의 치안에 대해 굉장히 불안해하며 떨고 있음)

하지만 탁월한 생존 본능으로 어딜가나 현지 싱크로율 100프로를 선보이는,

세상 어디에 내던져놔도 살아남을 남자.

특유의 꼼꼼함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물과 사람을 굉장히 빠르게 스캔하는 능력자.

(숙소 고를 때 매우 유용한 능력으로 빠른 시간 안에 숙소의 장단점을 파악함!)

숙소 체크인과 동시에 화장실 청소와 실내 인테리어를 다시 하는 세심한 남자.

길치 아내와 마찬가지로 나침반을 내장하지 못한 채 태어났지만, 아니라고 우기며

끝까지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집요한 남자.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가 두려운,

그러나 항상 함께 길을 떠나주는 고마운 남편




by 길치아내


그러니까, 

벌써 10년도 훨씬 전이었습니다.

배낭여행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던 20대 초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우유니 소금사막 사진을 보았고,

그 때부터 막연하게 '남미'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한없이 푸른 하늘을 품어 안은 광활한 소금 사막, 

무엇이 하늘이고 무엇이 땅인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이라는 그 소금사막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

그 생각 때문에 '언젠가 꼭 남미에 가리라'고 다짐에 또 다짐을 했습니다.

항공사 프로모션 알림을 설정해놓고, 틈만 나면 항공권을 조회하며,

얼마 되지 않는 통장 잔고와 먹고 사느라 얼마 낼 수 없는 시간들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2016년. 

더 늦으면 못갈지도 모르겠단 불안감에,

지금이야 말로 휴식을 취할 때라는, 그래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오랜 고민 끝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그렇게 바라던 남미에 갑니다. 그것도 남편과 함께!


또 언제 배낭을 메고, 긴 여행을 함께 떠날 수 있을지 몰라,

이번 여행은 조금 착실히 기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여행 준비 과정과 여행 하면서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우리 부부를 위한 기록으로 시작하는 블로그이지만,

남미여행을 꿈꾸고, 준비하는 많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by 길치아내


<사진출처 : 네이버 세계지명사전 중남미편>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길치 아내를 소개합니다.  (0) 2016.01.21
소심한 남편을 소개합니다!  (0) 2016.01.2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