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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소심한 남편의 여행용 카메라와 노트북 구입기

시골에서 5일마다 열리는 우시장에 우악스레 끌려가는 가축처럼 

이번 남미여행에 등떠밀린 소심한 남편. 

사실 만사가 귀찮다. 아직 납득할만한 여행의 이유를 찾지 못해서이다. 

소심한 남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길치 아내가 유일하게 하달한 미션! 

중고 카메라와 노트북을 마련하라는 것! 물론 우리는 이미 노트북과 카메라가 있다. 

하지만 남미에서 잃어버리기엔 아직 너무 아깝다. 나는 아직 내 새끼들과 생이별 뒤,

'행복한 여행'을 할 자신이 없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어떤것을 골라야 할까. 

가성비가 좋은면서도 혹시 잃어버려도 남은 여행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그런 카메라와 노트북은 무엇일까. 

나 역시 우울증에 걸릴만큼 많이, 깊이, 집요하게 고민하고 알아봤다. 

그리고 이 고민은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며 해결되었다. 

일반적인 여행자보험 약관을 보면 도난/분실 휴대품에 대한 개별 지급한도가 

20만원선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총 보상담보금액이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넘어가면 보상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기 바란다) 

그럼 20만원짜리 사면 되겠네!! 이렇게 나의 고행은 시작되었다. 휴-


사람 욕심이란게 참 무섭다. 온라인에 검색하면 최저가 20만원도 되지 않는 

가벼운 넷북과 똑딱이 카메라는 많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넷북의 사용 용도를 최대한 제한 한다고 해도, 32기가 하드 저장공간에 OS 깔고,

뭐 깔면 할 수 있는게 없다. 또한 스마트폰이 있는데, 똑딱이 카메라를 사기에는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성능 좋은 중고를 사기로 결심!! 


앞으로 적어내려가는 글은 100일간의 남미를 여행하는데 적합하고 가벼우며, 

도난이나 분실을 당해도 슬퍼하지 않을 싸고 좋은 노트북과 카메라에 대한 아주~ 

주관적인 모델 추천이다. 한 달 가까이 중고나라를 헤매며 찾은 추천 경로 같은... 


우선 노트북 선택에서 첫째 조건은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였다.

가볍고 성능 좋은 노트북은 단연코 맥북에어다. 그냥 무조건 맥북에어다. 

윈도우계열 노트북과 스펙이 같아도 성능이나 안정성이 훨씬 뛰어나다. 

맥 초보라면 엘쥐그램이나 쌤송 아티북씨리즈를 추천한다. 

하지만... 당신은 과연 이것을 들고 남미에 갈 용기가 있는가? 

두 모델 모두 중고시세가 50-80에 육박한다. 

(2010/2011년형 맥북에어 11인치는 35-40선에 거래되며, 가끔 30짜리도 나온다. USB 3.O은 2012년형 모델부터 지원되니 참고. 무조건 USB3.O 지원인거다.   겁나 빠르기 때문에.) 

내가 추천하고 싶은 모델은 레노버 x201과 레노버 아이디어패드U300S!! 

x201은 12인치 작은 사이즈에 무게 역시 1.2kg, 

그리고 프로세서가 연식은 됐지만 i5이다. 

가끔가다 운이 좋은면 자가 업그레이드한 SSD모델도 만날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구입한 U300S! 맥북에어 부럽지 않은 슬림함과

i5 프로세서에 128ssd, 1.3KG 몸무게. 

써보면서 느낀 단점은 시야각이 좋지 않다는 점과 조악한 내부 조립상태이다. 

혹시라도 메모리나 하드를 자가업그레이드 할 계획이라면

이 모델은 꿈도 꾸지마라. 암튼 둘 다 USB3.O이다.


다음으로 카메라!  

처음에는 DSLR 모델 중에서 영웅바디라 불리는 캐논 550D를 염두해 뒀었다. 

25만원 정도의 중고시세를 형성하고 있었고, 전에 써본 모델이라 확신이 들었다.

괜히 영웅바디란 별칭이 붙은게 아니다. 하지만 크다. 

크다는 것은 시선을 끈다는 소리고, 소위 '있어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이 순간 내가 여행을 가는게 아니라 던전 Dungeon을 향하는 가엾은 양이 된 느낌...

(*던전 Dungeon : 몬스터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소굴. 보통 던전 마지막에는 보스 몬스터 같은 강력한 적이 있으며,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던전 클리어’라고 한다.)

아차!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묘사를 줄이고 본론만 설명하겠다.


아무튼 그래서 미러리스 모델을 보기로 한다. 내가 눈여겨 본 모델은 이 정도이다. 

A5000/A5100/NX300M/NX3000/NEX-5R 

모두 중고시세 20-30만원 사이에서 살 수 있는 모델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구입한 NX300M/1650번들 모델은 

옛날 필름 카메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180도 플립 액정 지원으로 셀카 찍기가 좋다. 

이 모델 구입시 1855 번들렌즈는 1650에 비해 크고 길다. 

구분해서 선택하기 바란다. 물론 더 좋은 카메라는 많다. 

다시 돌아와서 쓸 용도였다면, 나는 절대 쌤쏭의 NX씨리즈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이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하니 참고하자.


*구매 가격에 대한 부담이 없고, 칼이 들어와도 절대 카메라를 뺏기지 않겠다는 

용기있는 여행자들을 위해서 사실 추천하고 싶은 모델은 따로 있다. 

바로 SONY A7 씨리즈와 RX10 씨리즈 ... 

일단 내가 써봤고, 번들렌즈 또한 열도의 실수다.  

그 밖에 EM10, GX7, GM1, A6000, M3 ... 여유만 있다면 고민하지말고 가져라!


덧붙여 중고나라 구매팁이다. 팁이랄 것도 없지만...

첫째, 무조건 직거래다. 

‘중고나라'가 아니라 ‘사기나라’다. 물론 양심적인 거래자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 및 택배거래 유도는 100% 사기다. 

(최근 중고나라 거래를 처음해본 지인이 택배거래로 70만원을 잃었다...)

두번째, 중고나라는 타이밍 싸움이다. 

좋은 가격의 좋은 물건은 1분도 안되서 거래된다.

무슨 소리냐 하면, 우리가 일일이 검색하지 않아도 ‘키워드 검색’을 등록하면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그러니 잘 활용하기 바란다.

키워드 검색은 스마트폰에 네이버카페앱에서만 할 수 있다. 

세번째, 실제 거래시 반드시 테스트하라! 

돌아서면 판매자는 헤어진 애인처럼 당신과 영원한 작별이다.


마지막으로 나도 아직 경험하지 않은 

여행 중 도난분실시 최대한 보험금을 많이 받는 방법이다. 나도 인터넷에서 봤다. 

보험가입 약관을 확인해보면 일반적으로 분실물은 건당 제한금액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폴리스리포트 작성할 때 최대한 품목을 나누어서 

상세하게 작성하는게 도움이 된단다. 

예를 들어 폴리스 리포트에 ‘카메라’라고 덜렁 써놓으면 20만원 받고 땡!이다. 

하지만 ‘카메라, 1650렌즈, SD카드, 삼각대’ 이렇게 쓰면 50만원 받는거다.



가능하다면 빈 노트 한 권만 가지고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 본다. 

아주 낯선 풍경에, 거기에 말 조차 통하지 않는 이방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끄적이는 일 뿐이다. 

종이를 스치고 지나가는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이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차가운 카메라가 밖을 향해 난 창이라면, 

종이는 내 안을 들여다보는 우물같은 느낌이다. 

가끔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한다. 

자문자답, 나를 보듬고, 쓰다듬는 느린 여행. 

카메라는 여간 잘 다루지 않아서야 마음을 담기 굉장히 힘든 도구 아닌가...


by 소심한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