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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페루

D+45, 드디어 페루!! 페루의 첫 도시, 치클라요

여행 떠난지 한 달 반 만에, 드디어 페루에 들어왔다.

페루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시작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에 오니 다시 여행이 시작된 기분이다.


에콰도르에서 페루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디로 갈까' 였다.

에콰도르에서 육로로 페루로 들어가게 되면, 페루 북부로 가게 되는데-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는 트래킹으로 유명한 '와라스'라는 곳이다.

하지만 쿠엔카에서는 와라스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선택은 치클라요나 트루히요를 거쳐서 가는 것인데, 보통은 트루히요에 많이 간다. 

트루히요 바로 옆에 우앙차코라는 해변 마을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바로 그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바로 얼마전까지 2주일 내내 바닷가에 있었던데다가,

왠지 우앙차코 마을이 산타마르타 또는 타강가랑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별로 땡기지가 않았다.

그 대신 계속 나를 사로잡았던 곳은 '치클라요'였다.

내가 '치클라요'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딱 하나다. 

론리 플래닛에 치클라요가 스페인의 정복을 받았던 적이 없는 도시라고 해서이다.

이제까지 남미에 와서 계속 보아온게 스페인 식민지풍 건물로 가득한 도시들이었기 때문에,

식민지풍 건물이 없는 도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그리고 페루 북부에는 잉카 이전 문명의 흔적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치클라요에서도 잉카 이전 시판 문명이나 시칸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투어가 있었다.


'거기 뭐 볼 거 없어요' 라는 말들을 들으며 몇 번 고민을 하다가 

역시, 마음이 끌렸던 '치클라요'에 가기로 결정!


치클라요의 첫 느낌은 이집트의 카이로 같다라는 느낌이었다.

도시 내부로 들어가기 이전의 풍경이 사막 풍경이었고, 건물들의 느낌이 약간 그랬다.

인도의 오토릭샤가 다니는 걸 보니 인도의 어느 도시 같은 느낌도 들고...


어쨌든 이제까지 봤던 도시처럼 아기자기하거나 고풍스러운 느낌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도시였다.

하지만 대신, 굉장히 생동감넘치는-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아주 활기 넘치는 큰 도시였다.

외국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히려 관광지가 아닌 것이 더 느낌이 좋았다.

특히 첫 날 도착해서 찾아간 로컬 시장에서, 걸어갈 때마다 친근한 미소로 우리에게

하포네스? 치노? (일본사람? 중국사람?) 이러면서 중국말을 따라하는 개구진 모습들이 기분 나쁘지 않았고,

우리에게 표하는 관심과 친절이 매우 고맙고 즐거웠다.


페루에 오기 전에, 이제부터 정말 남미 던전 시작인건가-!! 하며 긴장을 살짝했는데

이게 왠걸. 다들 너무 친절하고, 물가는 싸고, 음식은 콜롬비아나 에콰도르보다 맛있고!!


페루 여행을 시작하는 첫 도시, 치클라요는 여러모로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다음날 떠난 '시칸 투어' 역시 정말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했던 '시칸 투어'는 2009년에 일본인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된 시칸 피라미드와 박물관,

그리고 1990년대에 발견된 시판문명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였는데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저녁 6시에 끝나는 꽤 긴 투어였다.

시칸은 이 유적을 발견한 일본인 고고학자가 붙인 이름이라는데 '달의 신전'이라는 뜻이란다.

시칸은 모체 이후, 그리고 잉카 이전의 문명인데, 잉카 문명이 '태양'을 숭배한 반면 시칸은 달을 숭배했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여자들의 희생이 많이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시칸 문명의 흙 피라미드는 사실, 이게 피라미드란 설명을 듣지 않으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흙산 처럼 보일 뿐...

어떻게,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피라미드라는 걸 알고, 땅을 파서 그 유물들을 찾아낸걸까. 정말 신기방기할 뿐이다.


아무튼, 시칸 피라미드가 이집트 피라미드와 다른 것은 시칸 피라미드는 속에 아무것도 없단다.

이집트 피라미드는 문이 있어서 안에 들어갈 수 있고, 그 안에 무덤이 있는 반면 시칸 피라미드는 정말 흙벽돌로만

만들어져 있고, 무덤은 바로 피라미드 아래에 깊이 묻혀 있다고 한다.


그래도 가이드가 정말 자세하게 잘 설명해주고, 방문했던 박물관들이 그 당시 모습을 잘 재연해놓아서

볼만 했다.

박물관은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말 성심성의껏 잘 설명해주는 가이드와

의외로 정말 잘 만들어놓은 박물관의 구성 덕분에 재미있게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영탄이는, 금새 지루해져서 싫증을 냈지만...


너무나 아기자기 잘 만들어진 토기들과 그 토기에 새겨진 예쁜 그림들. 

어쩜 이런 문명이 갑자기 쇠퇴하고, 또 다른 문명이 생겨나고 그랬을까...그저 신기할 뿐.


시칸 문명도 AD 750~1375년에 있었던 문명이라 고대문명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옛날 문명은 아니라지만

잉카 문명도 그렇고, 문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지 않다고 해서 더 신비로운 것 같다.


페루 남부에는 아주 고대의 카스카라 문명, 중부에는 나스카 문명, 북부에는 모체 문명을 비롯해 시칸과 시판 문명

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문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페루 남부부터 북부까지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