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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페루

D+58, 베일에 가려졌던 공중도시, 마추픽추에 오르다

드디어 마추픽추에 갔다.

1911년에 발견됐다고 하니까 잉카제국이 무너지고 3-400년이 지나서야 발견된 잉카의 유적지.

워낙 유명한데다가, 워낙 많은 사진들을 봐서

사실 엄청나게 궁금하다거나, 엄청나게 너무너무 가보고 싶다거나 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페루에 왔는데 마추픽추를 안가? 뭐 이런 숙제같은 느낌?


사실 마추픽추 그 자체보다 더 해보고 싶었던 것은 마추픽추까지 걸어가보는 거였다.

가는 길에 마을도 보고, 여러 유적지도 보고, 풍광도 보고.

하지만 공식적으로 걸어갈 수 있는 정통잉카트레일은 예약이 쉽지도 않을 뿐 더러 

한 사람당 600달러가 넘으니, 애초에 마음을 접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하는 잉카정클트래킹은 재미있을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닥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걷는 것보다 정해진 일정과 코스에서 이런 저런 액티비티를 하는 건데, 

나이가 들어서 이제 액티비티에 대한 호기심이 적어져서일까. 그닥...

마추픽추까지 어떻게 가야할까 고민하며 웹서핑을 하다가 

자가로 마추픽추까지 걸어서 왕복을 했다는 한 부부의 블로그를 보았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까지 간 후에 거기에서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약 7-8시간을 기찻길을 따라 걸었는데, 풍경도 좋고, 걸을만했다고 한다.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방법이니 우리한테 완전 딱이었다!


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고 쿠스코에 왔는데,

뭔가 알수없는 힘에 이끌려 쿠스코에서 굉장히 게으른 하루하루를 보내며 시간을 허비하다가,

애초 계획에 없던 아마존 정글 투어를 가기로 하게 되면서

자가로 걸어서 마추픽추에 가는 방법을 이용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저녁 전에 도착하려면 오얀따이땀보에서 오전 일찍 출발해야하기 때문에 

오얀따이땀보에서 1박을 해야하고, 아구아스 깔리엔떼에 도착해서 또 1박, 

그리고 돌아오는 건 프로모션 중인 페루레일을 이용하려고 하니 

프로모션이라 이용할 수 있는 편도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또 아구아스 깔리엔떼에서 1박을 해야해서 

결국 3박 4일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아마존 정글투어 4박5일을 생각하면, 빨리 움직여야 했다.


결국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기차를 이용해 마추픽추를 다녀왔다.

그나마 1+1 프로모션 중이라 이용이 가능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렇게 다녀온 게 계속 아쉽다.


아무튼-

마추픽추에 올라갔다.

돈을 아껴보겠다고, 그리고 바가지 버스 요금이 너무 약올라서 

마을부터 마추픽추 입구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역시 해보고 나니 왜 말렸는지 알 것 같다.

정말 체력이 좋은 사람이면 모를까. 비추다.

가는 길이 힘든 것보다, 걸어 올라가다가 체력이 다 소진되버리는 게 문제다.

1시간 30분 걸어올라가는 것 까지는 정말 엄청 힘들었지만, 

뭐, 그동안 했던 트래킹이나 이런 걸 생각하면 뭐 할만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입장권을 끊고 마추픽추 안으로 들어가 첫 계단에 발을 딛는 그 순간.

다리가 정말 말을 안들었다.

마추픽추는 정말 생각보다 아주 넓어서 꼼꼼히 둘러보려면 3-4시간은 기본 소요되는데, 

계단도 많고, 길도 자갈길이라 걷기에 아주 편안하지 않다.

그래도 정말 안간힘을 내서 쉬엄 쉬엄 다 둘러보기는 했지만, 

가고 싶었던 Sun Gate에는 오르지 못했다. 거기까지는 도저히 갈 자신이 없었다.

거기에 오르면 마추픽추와 와이나 픽추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경치가 끝내준다고 한다.


마추픽추에 대한 감상보다 ‘힘들다’란 생각이 매 순간 먼저 뇌리를 스치는 건, 그닥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혹시라도, 걸어올라가길 고민하고 있다면. 정말 잘 생각하자...;;

안개에 휩싸인 마추픽추. 맑을 때보다 아른아른 보이는게 더 멋있는 것 같긴하다.


처음에 날씨가 너무 안좋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전 9시, 10시 정도 되니까 해가 반짝 나더라.

힘들어서 그만 걷고 싶어했던 소심한 남편을 이끌고 여기 저기 다니며 열심히 증명사진을 찍었다.

마추픽추는 듣던대로 경이로웠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고, 석재를 다루는 기술은 놀랍기만 했다.

어떻게 이런 산 중에 이런 돌계단을 만들고 건물들을 쌓아올렸을까. 

만약, 잉카제국이 그렇게 스페인에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러면 좀 더 많은 것들을 우리가 볼 수 있었을까.

쿠스코에서도 그랬지만, 가만히 언덕 한 켠에 앉아 마추픽추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안할해야 안할수가 없었다.

옛 잉카제국의 영화. 너무나 부질없이 짓밟혀버린 한 제국의 운명이 참 안타까웠다.


마추픽추 곳곳에 야마들이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 있다. 운이 좋다면 야마와 독사진을 건질 수 있다!

잉카제국의 문은 직사각형이 아니라 사다리꼴이었다고 한다.


<Tip> 마추픽추에 가는 몇 가지 방법


1) 정통 잉카 트레일

옛 잉카인들이 걷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걸으며 마추픽추까지 가는 루트인데, 최소 4-5개월 전에는 예약을 해야할 만큼 인기가 많다고 한다.

여행중 만난 한 친구는 이 투어 때문에 쿠스코를 중심으로 페루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가격은 600달러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2) 잉카 정글 트래킹

2박3일, 3박4일 일정을 선택할 수 있는데 3박 4일 일정의 경우 첫 날은 7-8시간을 걷고, 둘째날은 자전거, 세번째 날은 집라인과 같은 액티비티, 마지막에 3시간 정도를 걸어서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까지 올라온다고 들었다.

쿠스코 시내로 돌아갈 때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데 기차를 이용하면 약 190달러, 버스를 이용하면 약 130달러라고 들었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 투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이드로 일렉트리카에서 걸어가기

쿠스코에서 이드로 일렉트리카라는 마을까지 콜렉티보를 타고 간다. (약 7시간 소요)

이드로 일렉트리카에서 마추픽추가 있는 마을까지는 걸어서 약 3시간~4시간 정도 소요.

이 방법 역시 많은 여행객들이 선택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드로 일렉트리카까지 콜렉티보 비용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

새벽에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을 걷다보면 봉고차가 ‘이드로 일렉트리카’를 외치며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4) 오얀따이땀보에서 걸어가기

이 방법은 직접 해 본 블로거의 링크를 참고하자. http://blog.naver.com/itzchloe/220559223210

5) 살칸타이 트래킹

항간에서는 살칸타이 트래킹과 정통 잉카 트레일 중 무엇이 더 좋은지를 두고 온라인 토론이 있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칸타이 트래킹을 갈 예정이었던 한 커플이 이야기하기를 트래킹 자체(경치)는 살칸타이 트래킹이 낫고, 유적지를 많이 보려면 정통 잉카 트레일이 낫다고. 이건 약 250불 정도 한다고 들었다. 

만약 트레킹은 좋아하지만 정통 잉카 트레일은 너무 비싸고, 액티비티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살칸타이 트래킹을 해볼만하지 않을까.

6) 기차타고 가기

페루레일이나 잉카레일을 이용해서 기차를 타고 왕복할 수 있다.

쿠스코에서부터 아구아스 깔리엔떼 마을까지 갈 수도 있지만, 비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깔리엔떼까지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같다.

쿠스코에서 오얀따이땀보까지 콜렉티보를 타면 15솔,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오얀따이땀보 기차역 바로 앞에서 세워준다. 돌아올 때도 오얀따이땀보에서 내려서 콜렉티보를 타고 쿠스코 시내로 돌아오면 된다. 많은 콜렉티보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