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0일간의 남미 여행/페루

D+50~53,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페루의 수도, 리마


리마는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그냥 스킵하거나 한식을 충전하기 위해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 역시 리마에 대한 많은 정보없이, 

그리고 리마에서 무얼 해야하겠다하는 특별한 계획없이 리마에 갔다.


아, 한 가지 계획이 있긴 했다. 뭔가, 와라스에서 짧고 굵게 빡센 일정을 보내고, 

고산병이 온건지 자꾸 설사를 하는 바람에 세운 계획.

바로, 한인 민박집에 가서 라면에 밥 말아 먹는 것!


그래서 새벽에 도착한 우리는 터미널에서 메트로폴리타노를 타고 한인민박집 '포비네'를 찾아갔다.

8시쯤이었나. 도착하자마자 라면부터 끓여먹었는데, 어찌나 맛있고 개운하던지!!


한인민박집은 바랑코라는 안전한 지역에 위치해 있었고, 

민박집이 있는 지역도 되게 부유해보이는-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 위치한 아담한 3층짜리 민박집은 다른 것보다, 일단 바닥에 널부러질 수 있어

굉장히 편안했고, 언제나 밥통에 쌀밥이 구비되어 있어 1솔이면 밥 한그릇을 먹을 수 있다는게 정말

매력적이었다. 민박집 매니저의 센스있는 유머는 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블룸이 꽤 비싸서 1박만 하고 숙소를 옮겨야했다..ㅠㅠ

그렇지만 하루 밖에 머물지 않았는데도 매니저와 그곳에 머물던 다른 한국분들이랑 정이 들어서

다음날에도 찾아가서 함께 밥을 먹었다는...^-^


우리가 옮긴 두 번째 숙소 '호텔 에스파냐'는

대통령궁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이라 치안도 괜찮았고, 숙소 자체도 굉장히 앤틱해서 매력적이었다.

개인 욕실이 있는 더블룸이 60솔이었는데, 그 정도 가격이면 괜찮지 아니한가!

게다가, 별 기대하지 않았던 리마의 구시가지는 정말 아름다웠는데(그동안 콜롬비아나 에콰도르에서 봤던

아르마스광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 그러고보니 콜롬비아나 에콰도르에서는 아르마스광장보다

시몬볼리바르 광장을 더 많이 본 거 같기도 하다.)

하릴없이 길을 걸어다니길 좋아하는 우리에게 구시가지에 위치한 숙소는 안성맞춤이었다.


아, 그리고!! 구시가지 차이나타운의 한인마트는 정말 강추다!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시고, 가격도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사장님께서 한국 음식을 알리려고 일부러 팔고 있다는 김밥과 잡채는 10솔밖에 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하게 파시냐고 했더니, 이 나라 현지인들 한 끼 식사 평균이 그 정도인데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누가 사먹겠냐고 하신다.

가게 들어가자 마자 시원한 알로에 주스를 주셔서 깜짝 놀랐는데, 컵라면도 서비스로 주시고.

요쿠르트도 주시고.

우리가 산 건 얼마 안되는데 너무 많이 받는 것 같아 미안할 지경이었달까.


리마는 대도시라서 그런지, 메트로폴리타노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항상 지친 표정이거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라 마치 서울에 다시 돌아온 것 같기도 했지만,

리마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따뜻한 한국음식 덕분에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그리고, 리마는 정말 굉장히 큰 도시다.

할게 없고 볼게 없다고 하기도 하지만, 구시가지가 은근히 참 매력적이고

신시가지 미라플로레스의 케네디 공원은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아야할 명소기도 하다.

정말 일정이 빠듯한 게 아니라면 최소 2일 정도는 머물면서 구석구석 돌아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



<Tip> 리마 숙소 정보

1. 한인민박집 '포비네'

안전한 지역인 바랑코에 위치.

바랑코는 한국으로 치면 홍대같은 곳으로 많은 사진가나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도미토리 가격은 35솔로 미라플로레스의 다른 숙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더블룸은 100솔. 화장실/욕실은 모두 공용이다. 와이파이 완전 빵빵.


2. 호텔 에스파냐.

대통령 궁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 샌프란시스코 수도원 바로 맞은 편 골목 코너에 있음.

개인 욕실 딸린 더블룸 60솔.

와이파이 잘 됨. 방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꼭대기 층 방은 앞에 발코니가 있어서 좋음.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야경이 볼만함.


<Tip> 리마 볼거리

1. 근위병 교대식

매일 낮 12시. 대통령 궁 앞에서 근위병 교대식을 한다.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군악대의 연주가 들을만하고 나름 재밌다.



2. 케네디 공원(미라플로레스)

메트로폴리타노를 타고 가면 역에서 케네디 공원까지 걸어서 약 5분 거리.

고양이들이 엄청나게 많다. 공원 관리인이 고양이들 사료를 준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 고양이들을 공무원 고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듯. 

고양이들이 매우 살가워서 가까이 잘 다가오고, 사진을 찍으면 가끔 포즈도 취해준다.


3. 그 외

샌프란시스코 수도원에 가면 옛날,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려고 그곳에 묻힌 사람들의 유골을 볼 수 있는

지하 묘지에 들어갈 수 있다.

영어투어가 무료로 진행됨.(입장료는 있음. 20솔인가, 25솔인가 가물가물...)

구시가지를 걷다보면 Junin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 중간 쯤에 가죽밸트를 파는 집이 있다.

68년인가 된 오래된 집이라고 하는데, 그 집이 옛날에 시몬 볼리바르 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죽밸트가 필요하다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