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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아르헨티나

D+91, 땅고의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온지 이제 5일째.

그동안 정말이지 너무 바빴다.

매일 삼시세끼 밥을 해먹고, 탱고 수업듣고, 탱고 연습하고.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것만으로도 하루가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렇게 즐겁게, 다른 걱정없이 그저 한 가지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본 게 얼마만인지-

그 자체만으로 너무 즐겁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기 전부터 둘이 약속한 것은

함께 탱고를 배우자는 것, 그리고 이곳에서는 여행보다 '생활'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예산을 더 들여서 독채 아파트를 대여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아파트를 약 2주간 대여했는데, 하루 40달러가 안되니까

갈라파고스같이 비싼 곳에서 하루 30달러에 방 하나를 빌렸던 것 생각하면 나쁘지는 않다.

게다가 1층에는 거실 겸 주방이 있고, 2층에는 침실과 욕실이 있는 복층 구조라서

탱고 연습하기엔 아주 완벽한 조건이다!! 히히힛.

맨들맨들한 바닥에서 어렵게 산 탱고슈즈를 신고, 수업 때 녹화했던 영상을 몇 번씩 되돌려보며

영탄이랑 둘이 어설픈 스탭을 밟다보면 어느새 밤 12시가 넘고,

아침에 일어나면 간단한 아침을 먹고, 또 춤을 춘다. 

때로는 누가 맞네, 누구 잘못이네 실랑이를 벌이며 싸우기도 하지만.

음악을 느끼며, 상대방에 집중하며 한걸음씩 움직여보는 시간이 참 새롭고 멋지다.

춤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도 있지만, 둘이서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참 매력적이다. 

'이래서 춤바람에 빠지나보다' 를 연발했던 우리!!


특별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하는 건 없지만

남의 집 방 한 칸을 빌려 쓰는 '게스트 하우스'와 달리 독립된 집에 우리 둘만 지내니

정말 '사는 것' 같다.

게다가 매일 같은 골목을 지나 같은 마트에 가고, 익숙해진 경비아저씨, 야채가게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처음에는 낯설었던 길들이 익숙해지면서 정말 이곳의 일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매일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밥을 해먹고...하는 이런 일상들이

우리가 원했던 '여유로움'과는 거리가 있긴하다.

정말, 먹고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바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달까. 


하루 하루가 또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언제 이렇게 둘이서 아무 걱정없이 춤만 출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서도 계속 하자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정말 지켜질 수 있을까.


벌써부터, 먼 훗날 추억하게 될 지금의 시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릿하다.





<Tip> 부에노스 아이레스 즐기기


1. 아파트 렌트하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물가가 정말 비싸다. 

지금 인플레이션이 심해져서 더 그렇다고 하는데, 정말 한국보다 훨씬 더 비싸고,

숙소 역시 다른 도시에 비해서 정말 비싸다.

많은 여행자들이 가는 아메리카 델 수르는 더블룸이 550페소였는데 38-9달러 수준이다.

우리가 묵었던 아파트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는데, 12박을 예약했더니 장기 할인이 붙어서

하루에 39달러 수준으로 묵을 수 있었다.

만약 2-3명이 함께 다닌다면 일반 도미토리나 더블룸보다 아파트를 렌트하는 게 더 쌀 수 있다.

내가 봤던 사이트는 에어비앤비와 http://www.bytargentina.com/라는 사이트다.

두 개 사이트를 잘 비교해보자.

우리는 San Telmo-Monserrat 지역에 묵었는데, Avenida de Mayo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이었고,

탱고학원이 있는 토르토니 카페와 5분 거리라서 정말 편했다.

San Telmo 지역은 골동품시장, 일요시장으로 유명한 곳이고, 걸어서 주요한 곳은 다 가볼 수 있다.

Downtown, Downtown-congreso는 Avenida de Mayo와 Av. 9 de Julio 근방을 이야기하는데

마요광장, 카사 로사다 등을 가기에 좋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산텔모, 다운타운 근방에 묵는 것 같다.

반면 한국으로 치면 신사동 가로수길 같다는 Palermo, recoleta 지역은 부촌이고 안전하다. 

하지만 그쪽 근방에는 특별히 볼만한 것이 아주 많지는 않은 것 같긴하다...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으니, 선호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보길.


요리하는 남편의 아름다운 자태


2. 탱고 배우기

탱고, 정말 매력적이다.

내가 알기로 탱고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탱고 교습소에서 탱고를 배우는 것, 그리고 밀롱가에서 하는 특강을 듣는 것.

탱고 교습소는 돌아다니다보니 곳곳에 많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카페 토르토니 2층에 있는

Academia Nacional del Tango에 다녔다.

월~금까지 매일 오후 3시~5시, 6시~8시 두 번의 강습이 있고, 1회에 80페소(약 6500원)다.

남자/여자 선생님이 함께 강습을 하는데 주로 남자 선생님이 수업을 주도하고, 여자 선생님은

영어 통역을 해준다. (내가 있었을 때 여자 선생님은 영어를 아주 잘하진 않았다.)

스페인어로 수업이 진행되지만, 선생님들이 먼저 스탭을 천천히 여러번 보여주고

그것을 따라하면 개별적으로 조금씩 교정을 해주기 때문에 스페인어를 몰라도 배울 수는 있다.

다만 아주 디테일한 부분은 캐치하기 어렵긴 하다.

밀롱가는 탱고클럽인데, 술도 마시고 탱고도 춘다. 

입장료가 없는 곳도 있고 입장료가 있는 곳도 있는데 입장료는 보통 80~120페소 정도 하는 것 같다.

밀롱가마다 운영을 하는게 조금씩 다른데 어떤 밀롱가에서는 본격적인 밀롱가 시작 전에

2시간 정도 레슨을 한다. 그 레슨에 참여하고 바로 그곳에서 밀롱가 분위기를 즐겨도 된다.

밀롱가는 매일, 다른 시간에 곳곳에서 열리는데, 같은 장소라도 그 날의 행사를 조직하는 사람에 따라

이름이 바뀐다고 한다.

Hoy Milonga 라는 앱을 다운받으면 그 날 그 날 열리는 밀롱가의 정보(장소, 시간, 가격, 강좌 등)를

볼 수 있다.  

(Maldita Milonga 강추! 두 군데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여기는 무대도 따로 있고, 분위기도 좋다.

라이브 연주가 있을 때가 있으니, 확인해보고 가자.)

카페 토르토니 바로 왼쪽에 출입구가 있다. 아카데미아 나시오날 델 땅고.

Maldita 밀롱가. 중앙에 춤을 출 수 있는 무대가 있고, 앞에는 라이브 연주 무대가 있다.


3. 대중교통 이용하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지하철/버스 노선이 잘 되어있고, 대중교통 프로램이 있어서 

꼭 택시를 타지 않아도 어딘가에 찾아가기가 참 쉽다.

https://mapa.buenosaires.gob.ar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우리나라 '길찾기' 프로그램 처럼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할 수 있고,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보여준다.

이것과 '맵스미'만 있으면 버스를 이용해 어디든 갈 수 있다.


4. 공연보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아르헨티나의 브로드웨이같다.

정말 다양한 공연이 있고, 할인혜택이 많기 때문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있는 동안 

무엇이든 관심있는 공연이 있다면 꼭 보자.

가장 많이 보는 공연은 '탱고쇼'와 '푸에르자 부르타'라는 논버벌 퍼포먼스이다.

'탱고쇼'는 '피아졸라 탱고쇼' '말데나 탱고쇼' 등등 종류가 한 4-5가지 되는 것 같다.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영상이 나오고, 각각의 차이점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찾아보자.

나는 귀찮아서 '탱고는 피아졸라지!!' 라며 피아졸라 탱고쇼를 봤는데,

기대보다 별로였다.

일단 탱고'쇼'라서 그런지, 수업 때 선생님들이 보여줬던- 그리고 영상으로 보아왔던-

그런 끈적끈적하면서, 숨죽이게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라

정해진 안무를 현란하게 착착 맞춰서 보여주는 '쇼'였다.

오히려 매일 수업 때 선생님들이 한 번씩 보여주던 탱고가 훨씬 좋았다.


하지만 '푸에르자 부르타'는 정말 정말 초강력 왕왕왕 추천이다.

이건 '무엇'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가서 봐야한다.

내가 이 공연을 보기 전에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해줬는데, 그 이유를

공연을 보고 나서 알았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정말 우리 안 깊숙히 잠겨있는 모든 감각과 감정을 끄집어내줄 것이라는 것.

꼭꼭 보자!!! (이것도 유튜브에 영상이 있는데, 궁금하다고 보지말고, 직접 가서 보자...)


아, 그리고 Av. 9 de Julio 의 코리엔떼 길 옆, 그러니까 오벨리스크 바로 옆에는 할인티켓 부스가 있다.

이건 아침 11시(주말은 1시)에 문을 여는데, 그 날 하는 공연의 할인권을 살 수 있다.

할인권 가격은 공연마다 다른데 푸에르자 부르타는 30페소이다.

이 할인권을 사서 공연장에 가면 해당 공연을 50% 가격에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연가격이 500페소일때, 할인권을 30페소에 사면, 공연 티켓은 250페소에 살 수 있다.

즉, 500페소 공연을 280페소에 볼 수 있는 거다.

11시에 문을 열지만 줄은 미리부터 서있으니, 성수기라면 미리 가는 게 좋다.

그 날 공연의 할인권은 10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실하진 않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티켓은 4장까지고, 티켓을 살 때 여권을 꼭 가지고 가야한다.


탱고의 도시답게, 길바닥에 이런 게 그려져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명소 아테네오 서점. 오페라극장을 개조해서 만든 서점이라는데

사진보고 너무 가고 싶어서 가봤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게 크지도 않고. 뭐. 그냥저냥.

파노라마사진이라 커보이는데, 실제는 그리 크지 않다.

체인점이기 때문에 El Ateneo Grande인가. 본점을 찾아야 사진에서 흔히 보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산텔모 시장의 거리의 악사들. 일요일이면 이 지역에 장이 서고, 거리 곳곳에서 연주가 울려퍼진다.

보카 지역의 알록달록한 벽들.

항구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탱고가 시작되었다는 지역, 보카.

'탱고의 발상지라니!!!' 하며 한껏 기대를 하고 갔는데,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곳은

너무 관광지화되있어서 그리 낭만은 없었다.

관광 중심지를 조금 벗어나 사람들 사는 골목길로 들어가보려고 했으나

그곳에 사시는 분이 위험하니 들어오지 말라고해서 가보지 못했다. 

보카 지역은 관광지 이외의 곳은 치안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중심지 곳곳에

엄청난 수의 경찰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죽은자들의 도시 레콜레타 묘지.

다른 사람들의 묘지를 구경한다는 게 뭔가 기분이 이상하지만.

이곳은 정말. '희안하다' 

엄청난 규모의 묘지 안 골목을 걷다보면 기분이 묘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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