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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아르헨티나

D+104, 이과수 폭포를 맞다

이과수 폭포는 너한테는 약간 숙제같은 느낌인 곳이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이나 갈라파고스처럼 미친듯이 가고싶은, 너무 궁금한, 꼭 보고싶은 그런 곳이라기보다

다들 너무 대단하다니까-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보고 갈까? 지금 안보면 언제 보겠어. 뭐 이런 느낌이랄까.


하지만 영탄이한테는 조금 달랐다.

영탄이가 너무도 좋아하는 영화 '해피투게더' 때문에 이과수 폭포는 영탄이에게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나름의 로망도 있는 것 같았다.

약간은 서로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그렇게 우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푸에르토 이과수로 향했다. 


오후 3시엔가 버스를 타서 다음 날 아침 9시 넘어 도착했다. 원래는 17시간인가 18시간 걸리는 거였는데

중간에 연착이 좀 된 것 같았다. 새벽에 깨서 버스도 다른 걸로 갈아타기도 하고.

피곤했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우리에겐 쉴 여유따위는 없었다.

숙소에 가서 짐만 풀어놓고 대충 근처 가게에서 빵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바로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이과수 국립공원에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거의 2-30분에 한 대 꼴로 있고,

가격도 정찰제라서 괜히 이곳 저곳 여행사를 돌아다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약 4-50분을 가니 이과수 국립공원 도착!

아르헨티나 쪽 이과수는 꽤 커서 여유있게 돌아보려면 5-6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

우리가 공원에 도착한 건 12시 40분. 폐장 시간은 오후 6시. 시간이 없다!!!


급한 마음으로 지도를 받아들고 길을 향했다. 

마음은 급한데,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젠장!

맑개 개인 이과수를 보고 싶었는데!!


첫 번째로 가야할 곳은 악마의 목구멍. 가장 위쪽 트레일까지 올라가서 악마의 목구멍을 위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인데, 다른 곳보다 이곳을 먼저 가서 보고 아래로 내려오는 게 좋다고 한다.

뭔가, 대자연을 상상했는데, 잘 닦인 길과 철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다리가 묘하게 그곳과 어울리지 않았다.

길을 걷다보니 점점 물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

그리고 물보라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결국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아래로 낙하하는 이과수

폭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물줄기. 

왜 이과수 폭포를 오래 응시하면 안된다고 하는지, 왜 이과수 폭포가 모든 슬픔을 집어삼킨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놀라움 이상의 감정은 그다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그 이유를 브라질 이과수에 가서 알게 되었다.


비가 오는데 우비도, 우산도 없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모든 길을 급하게 걷고 뛰면서 움직였다.

만약 날이 좋았다면, 여유있게 오솔길을 산책하며 걸어다녔을텐데-

아쉬웠지만, 뭔가 여유를 만끽하기에 너무 추웠다.

그래도 모든 코스를 다 돌아보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보트 투어를 하러 갔다.

비가 와서 그냥 하지 말까 했는데, 환불이 될지도 미지수였고, 그냥 까짓거 어차피 젖는거 똑같단

생각에 보트 투어 마지막 시간에 맞춰 선착장에 갔다.

굉장히 짧은 시간 폭포 아래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건 뭐,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까지 타본 그 어떤 후룸라이드(?)와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재미!! ㅋㅋㅋㅋ

추웠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가 마지막 그룹이어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흥분해서 'una mas! una mas!'를 외치자

드라이버 아저씨가 다시 첫 번째 폭포와 두 번째 폭포에 돌아가서 폭포수를 미친듯이 맞게 해주었다..

눈을 뜰 수도, 앞을 볼 수도 없는 지경이었지만, 정말 짜릿했다.

날이 더웠으면 진짜 시원했을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아르헨티나에서 이과수 폭포를 몸으로 맞고.

다음 날 바로 우리는 국경을 넘어 포즈 두 이과수로 향했다.


영탄이는 어차피 같은 폭포인데 둘다 봐야되느냐며 몇 번을 투덜거렸다.

푸에르토 이과수가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던 나도, 피곤한 마음에 포즈 두 이과수는 제낄까 

잠시 고민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르다'고 했던 것을 믿어보기로 했다.


포즈 두 이과수에 도착해서 하루 쉬고, 다음 날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에 갔다.

뭔가, 시작부터 좀 다르다.

푸에르토 이과수 국립공원은 '공원' 느낌이 너무 강해서 매력이 좀 덜한게 있었는데

포즈두 이과수 국립공원은 좀 더 자연에 가까웠다.

버스를 타고 첫 번째 포인트에 내려서부터 계속 걸어가면서 폭포들을 볼 수 있는데

가는 길도 훨씬 그냥 산길을 걷는 느낌이었고, 일단 숲의 전경이 모두 보이는 것이 참 좋았다.

큰 숲 안에 멀리 보이는 폭포들이 정말 절경이었다.

첫 번째 포인트에서 이미 나는 반해버렸다.

'아, 여기 안왔으면 큰일날 뻔 했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코끼리를 처음 보는데 코끼리 다리 바로 앞에 서서 계속 코끼리 다리 통과 몸통 일부만 쳐다보다가

멀리 떨어져서 코끼리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


누군가는 아르헨티나 쪽이 폭포를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포즈 두 이과수는 별로였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나는 포즈 두 이과수 국립공원이 훨씬 좋았다.

대자연 깊숙히 들어갈 수는 없지만 멀리서나마 있는 그대로의 그것을 볼 수 있는 것.

전체 모습을 조망하고 감상할 수 있는 것.

그게 훨씬 좋았다.

그리고 처음에는 아주 멀지만, 마지막 코스인 악마의 목구멍에 다다르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과수 폭포를

또 마주하게 된다.

이곳 악마의 목구멍 바로 앞에서 영탄이는 자기가 상상했던 것처럼,

혼자 고독하게 폭포를 바라볼 수 있었다. 


마치 영화 '아바타'의 배경 한 곳을 보는 것 같았던 느낌.

원시 자연 그대로를 보는 듯한 느낌.

푸에르토 이과수보다 훨씬. 훨씬. 더 멋졌다.


아마 개인 취향 차이가 있겠지만, 나라면-

내가 다시 이과수에 간다면 나는 꼭 포즈 두 이과수를 보고 푸에르토 이과수에 갈 것 같다.

그래야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가까이서 보는 폭포를 조금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바뇨스에서 갔었던 디아블로 폭포가 생각난다.

이과수에 비교하면 정말 실개천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였지만. 그 때 꽤 오래 산길을 걸어서

숲 속 깊은 곳에 가서 폭포를 마주했던 그 순간의 희열이 생각난다.

만약 이과수 폭포도 숲을 헤치고 가다가 마주했다면 정말 훨씬 더 아름다웠을 거다.

포즈 두 이과수에 가보고 나서 알았다. 물론 포즈두 이과수 국립공원도 많이 꾸며져있긴 하지만-

푸에르토 이과수 국립공원은 정말 정말 그냥 자연을 전시해놓은 공원같아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감동이 덜하다.

어쩌면 두 곳 다 '발견'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포즈 두 이과수에서는

푸에르토 이과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동이 있었다.


유명하다고 꼭 봐야하는건 아니지만,

이과수는 왜 꼭 봐야한다고 하는지 알 것 같은. 그런 날이었다.



<Tip> 이과수 오가기

1) 부에노스 아이레스-푸에르토 이과수

버스로 약 18시간 소요. 세미까마 900-1000페소 정도 하는 듯.

우리는 프로모션으로 까마를 780페소에 샀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버스비가 정말 비싸서, 저가 항공을 빨리 예약하면 더 싸다고 하니

일정이 정해지면 비행기를 먼저 꼭 알아보자.

2) 푸에르토 이과수-포즈 두 이과수

푸에르토 이과수에서 브라질 포즈 두 이과수 까지는 버스로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약 3-40분 정도 가다가 브라질 국경에서 내려서 입출국 수속을 해야하는데,

여행자가 없으면 버스가 그냥 가버리기 때문에 수속을 밟고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야한다.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대가 있다. 시간이 없으면 먼저 오는 다른 회사 버스를 돈내고 탈 수는 있다.

푸에르토 이과수나 포즈 두 이과수 둘 중 한 마을에서 머물면서 두 곳의 이과수 폭포를 

왔다갔다하는 걸 추천하는 글도 봤다. 

특히 같은 가격이면 브라질 쪽 숙소가 더 좋기 때문에 포즈 두 이과수 쪽에 머무르는 걸

많이 추천하더라.

하지만 숙소에만 있을 게 아니라면 마을 분위기는 푸에르토 이과수가 훨씬 좋다.

하지만 숙소는 정말 브라질 쪽이 가격 대비 훨씬 좋다.

3) 포즈 두 이과수-리우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한 구간이다.

잘 알아보면 비행기가 버스보다 낫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항상 비행기를 알아봤었는데,

그래도 버스가 비행기보다는 쌌던 터라. 그냥 버스로 이동을 하려고 했다.

근데 어떤 여행자들을 만났는데 이 구간 저가항공을 5만원에 끊었다는 거다. 헉.

버스비는 싸도 약 8만원. 24시간 소요.

이건 아니다 싶어 부랴부랴 비행기를 알아봤는데 당장 내일 출발하는건 20만원 가까이 하고.

2일 후 새벽 첫 비행기가 11만원 선이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만약 좀 더 빨리 알아봤다면 6-7만원에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결국 계획에도 없이 포즈 두 이과수에서 2박을 더 했다는....ㅠㅠ

아무튼, 브라질도 저가항공이 괜찮은 게 많다고 하니 이 구간 이동을 할 계획이 있다면 꼭 저가항공도

미리 챙겨보자!


<Tip> 이과수 폭포 갈 때 준비물


무조건 우비가 있어야 한다. 

보트 투어를 한다면 우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폭포 가까이에 가면 정말 물보라가 장난 아니다.

조금 가까이서 폭포를 우아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우비를 챙기자.

날이 더우면 그냥 맞아도 시원할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고프로 같은 게 없다면 핸드폰이나 카메라 방수팩을 챙겨야 폭포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냥 폭포를 바라보는 건데 뭐, 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진짜 물보라가 장난 아니다.

더운 날씨에 가서 보트 투어를 하는 사람들은 아예 수영복을 입고 그 위에 우비를 입는다고 하기도 하더라.

갈아입을 옷도 필수다! 아, 더우면 그냥 마른다고 하기도 하더라만. 

정말 우리는 비까지 와서 감기 걸릴 뻔 했다 ㅠㅠ 진짜 추웠다.


아, 그리고 소요시간은 여유있게 잡는다면 푸에르토 이과수 국립공원은 6시간 잡는 게 맞는 것 같고,

포즈 두 이과수는 3시간 정도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