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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후

사소한 기억 하나


너무나 좋았던 갈라파고스지만,

싱싱한 과일이나 야채를 찾아보기가 힘들고, 식재료들이 너무 비싸서

그곳에 머무는 동안 마치 (MSG 살짝 쳐서) 기아체험을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에!!!


그래서 갈라파고스 다음 행선지였던 쿠엔카에서 만난 시장은 정말 천국같았다. 

각종 야채와 과일들이 싱싱하고 넘쳐 났던 청과물 시장! 너무나 그리웠던 길거리에서 잘라 파는 1달러짜리 과일들!

단 돈 1달러면 행복해질 수 있었던 곳. 


빨간색 지붕의 건물과 자갈이 박힌 오래된 길이 마치 유럽같았던.

골목 곳곳의 벽마다 예쁜 벽화들이 너무나 기분 좋았던 곳.

엄청 뜨거웠던 갈라파고스에 비하면 날씨도 너무 쾌적했던. 그래서 한없이 게을러져서 동네를 아무 목적없이 거닐던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곳.


이번 여행은 항상 가보고싶은 곳, 해보고 싶은 것의 목록들을 머리속에 잔뜩 집어넣고

하루하루를 바쁘게 움직였던 날들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파란 하늘과 예쁜 지붕에 감탄하고, 공원에서 만난 고양이들한테 푹 빠져 시간을 보내고,

골목골목 예쁜 벽화와 가지각색의 화분들이 가득한 발코니를 구경하고,  

잔디밭에 누워 현지인 가족들의 휴일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지금 이곳, 한국에서는 하지 못할 사소한 일들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땐- 참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은 왜 이리 바쁘고 여유가 없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곳, 내가 원래 발붙이고 살던 이곳에 돌아와 다시 반년을 보내고 보니-

그 때가 얼마나 여유로웠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그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하얀 구름을,

그 아래 싱그러운 나뭇잎들을 춤추게 하는 바람을,

아무런 조바심없이-

그냥 마냥 바라보고 느끼며-하루를 보내고 싶다. 


다시 길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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