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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콜롬비아

D+14, 타강가의 마리오 아저씨를 그리워하며-

타강가에서 우리는 'Taganga Dive Inn'이라는 곳에 묵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이곳 원주민이 그려진 그림이 곳곳에 장식된 아담한 집은 

주인장의 애정어린 손길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었다.

특히나 전날 하루 묵었던, 

하얀 벽면에 아무것도 걸려있지 않은-그냥 덩그러니 침대 하나와 낡은 냉장고, 

그리고 전혀 사용하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욕실이 있던 그 숙소에 실망해서

예쁜 나무에 해먹이 걸려있는 작은 정원이 딸린 그 집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Taganga Dive Inn'의 주인장은 마리오 아저씨다.

깡마른 몸에, 항상 모자를 눌러쓴 마리오 아저씨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마당을 쓸고,

집 곳곳을 살피고, 마당에 딸린 식당 바에 앉아 음악을 틀었다.

친절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엔 벽이 느껴지는-

그래서 '아, 이분의 친절함은 그냥 서비스구나' 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곳을 떠나던 날.

아저씨가 식당 바에 앉아 열심히 유튜브를 검색해 틀었던 음악이

우리를 위해 골랐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저씨는, 우리에게 음악을 들어보라고 했다. 아는 음악이지? 라고 묻는 눈빛이었다.

아저씨의 노트북을 슬쩍 본 남편이 'k가 아니라 C로 검색을 해서 다른 게 나왔나보다고 말했다.

나는 아저씨에게 그냥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가 틀어준 음악이 틀렸다고 말할 수 없었다.


우리는 구글 트랜슬레이터를 이용해 아저씨와 대화를 시도했다.

아저씨는 콜롬비아 마니살레스가 고향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모두 마이애미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저씨도 마이애미에 가서 6년 동안 식당에서 일했는데, 콜롬비아가 훨씬 좋아서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 이 숙소를 시작한지는 1년이 되었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매일 할 일이 많아서 괜찮단다.


아저씨는,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무적인 친절함으로 자신을 가린 게 아니라, 그저 수줍어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해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항상 부지런히 숙소 이곳저곳을 쓸고 또 쓸고 했었나보다.


떠날 때가 되어서야 아저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저씨의 보이지 않는 배려를 깨달았다.


아저씨가 만들어주는 아침식사는 정말 맛있었다.

싱싱한 과일 쥬스에 도톰한 빵, 그리고 항상 함께 나오는 약간의 과일. 그리고 커피.

아저씨한테 주문해서 먹는 리모나다는 또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었는지!


떠날 때가 되면, 그제서야 그곳에서 내가 놓친 것이 눈에 들어온다.


타강가가 그렇게 한적한 어촌마을은 아니라고, 

그저 수많은 여행객들과 그들을 대상으로 한 식당으로 북적거리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을 떠나는 날 아침에야, 작은 배들이 정박해있는 해안가 근처에 높이 솟은 나무들과

그 그늘 아래에서 꺄르르 웃으며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하루 더 일찍 발견하지 못했을까.

저 나무 아래 앉아서 해 지는 풍경을, 이 곳 사람들과 함께 바라봤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2016. 2. 28


<Tip> 타강가 강력 추천 숙소

타강가 다이브 인 Taganga Dive Inn



별표 있는 곳 정도에 위치. 트립어드바이저에 검색하면 나오는데 거기 연동된 지도보고 찾아가면 못찾음.

주소는 맞는 것 같은데 지도가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