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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에콰도르

D+23,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키토

너무나도 좋았던 콜롬비아를 떠나 버스를 타고, 타고, 또 타서 힘들게 밤 늦게 키토에 도착했다.

(에콰도르에서 버스를 타보니, 콜롬비아 버스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안전했는지 알 수 있었다.)


키토에 도착한 날 밤부터 비가 거세게 내리더니, 다음날도 계속 비가 내리고 우중충...

밝고 쾌활했던 콜롬비아와 다르게 키토의 첫인상은 약간 우울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키토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2일. 

맘 같아서는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밑에 쏙 들어가서 귤이나 까먹으며 뒹굴뒹굴 거리고 싶었지만

여기엔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따위 존재하지 않으니- 그냥 부지런히 밖으로 나가보았다.


키토 첫 날.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던데 처음에는 그렇게 예쁜 줄 모르고 돌아다니다가

구시가지 완전 중심부로 가면서부터는 어쩜 이렇게 보존을 잘 해놨을까 감탄이 나왔고,

거리 거리마다 우뚝우뚝 서있는 오래된 식민지풍의 건물들과 오래된 돌바닥길,

그리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성당까지...너무 예뻐 또  한번 감탄했다.

보고타는 현대적이고 예술적인 느낌이 강했던 반면, 키토의 구시가지는 정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풍경이랄까.

하지만 전체적으로 톤이 어두운데다가 날씨까지 우중충해서 뭔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은 있었다.


키토에 와서 영탄이가 한 일은 '키토 치안' '키토 소매치기' '키토 담배' 를 키워드로 폭풍 검색 하기.  

워낙 구시가지가 치안이 안좋다고 해서 살짝 쫄았나보다.

그리고 에콰도르는 달러를 써서 그런지 체감물가도, 실제 물가도 콜롬비아에 비해 훨씬 비싸다.

콜롬비아에서 한 갑에 2800페소(약 1달러)였던 것이 키토에서는 4.5달러...

이리저리 담배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당분간은 금연을 한단다.


키토 둘째날.

보고타로 치면 '트란스 밀레니오'같은 것이 키토에도 있다. 에코비아.

둘째날인 오늘은 에코비아를 타고 과야사민 미술관에 다녀왔다. 에코비아는 정말 정말 정말....

싸지만...사람이 너무 너무 너무 많다.

정말 사람과 사람이 꽉 밀착되서 움직일 수도 없을정도였는데, 

오늘 이곳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은 결국 그곳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0.25센트라는 정말 저렴한 교통수단이지만, 그 정도로 사람이 붐비면 소매치기를 안당할래야 안당할수 없을 것 같다.

그냥 걷거나, 택시를 타거나(택시도 저렴하다) 하는 게 안전할 듯.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지니지말고 타거나....


과야사민 미술관은 좋았다.

과야사민의 그림을 원본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그림의 색감도 직접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하지만 콜롬비아에서 워낙 자유롭게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돌아다녀서 그런지

가이드의 동행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고, 잠깐 앉아서 그림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이 움직여야 하는 게 불편했다.

미술관 안에서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이드가 동행하며 움직인다.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 건 좋았지만, 아주 유창한 영어는 아니라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의 영어도 문제지만...;;)


키토에 일요일 밤에 도착하는 바람에, 구시가지를 돌아다녔던 월요일에 모든 박물관이 휴관이라

가고 싶었던 박물관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제 내일이면 또 짐을 싸고, 이동을 한다. 내일은 바뇨스행.

이렇게 짧게 짧게 움직이는 게 맞나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