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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볼리비아

D+66, 하늘이 닿을 것만 같았던 티티카카 호수, 태양의 섬에 가다

티티카카. 티티카카.

이름도 참 예쁜 티티카카.


옛날에 어떤 일본영화에 나와서, 막연히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호수.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양 쪽 국가에 걸쳐져 있어서 페루 쪽에서는 푸노, 볼리비아 쪽에서는 코파카바나에 가서 볼 수 있다.


우리는 일정이 여의치가 않아 푸노는 건너뛰고 바로 코파카바나로 갔다. 

예전에 세계여행을 했던  친구가 ‘태양의 섬’이 정말 짱이라고 해서...


아침에 코파카바나에 도착하자마자 태양의 섬에 들어가는 표를 끊었다. 

2박을 할 계획으로, 나와서 라파스로 가는 버스표도 미리 예약을 하고선 섬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언덕이 가파르니 짐을 맡기고 필요한 것만 챙겨가라고 했지만..

우리는 2박을 하며 여유롭게 섬에서 멍을 때릴거라며- 모든 짐을 가지고 갔다.


그리고... 언덕길을 오르며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또 한번 깨달았다는.

왜 매번 해보고서야 아는 걸까.


티티카카호수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크고 아름다웠다.

아니 경이로웠다.

보트를 타고 섬에 가는데, 정말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큰 규모의 호수 위로,

정말 손으로 잡힐 것처럼 구름들이 수면 가까이에 둥둥 떠 있고, 호수 주변으로 여러 산들과, 

저 멀리 아련하게 설산이 보이는데..

그 풍경은 정말 이제까지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던 풍경이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보트를 타고 가는 1시간 반 동안 정말 멍하니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정말 잘왔다고 몇 번을 생각하면서.

2박이 너무나 아쉬워서, 섬을 나가기 싫으면 어쩌지...걱정하면서.


하지만 문제는 추위였다.


섬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 언덕을 올라가는데 귀여운 한 남자아이가 호객을 한다.

한편으론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론 귀여워, 아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는데

아이가 이야기하는 숙소가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숙소다.

잘됐네 하는 생각으로 숙소에 들러보았다.

가격은 비쌌지만, 뷰도 좋았고, 따뜻한 물 나온대고, 아침도 포함이란다.

론리플래닛에서도 24시간 온수를 쓸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을 해놓았기에 

우리는 아무런 의심없이 묵기로 했다. 2박이라 할인도 더 받고, 이틀치 숙박료를 모두 지불했다.

숙소가 아주 썩 좋지는 않았지만, 다 비슷하려니 생각하며 위안을 했다.

(나중에 짐을 풀어놓고 섬을 돌아다니는데, 최근에 지어진, 훨씬 좋아보이는 숙소가 참 많더라. 

가격도 더 싸고...)


문제는 밤이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샤워를 하려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질 않는다.

시멘트로 대충 만든 집은 너무 너무 춥다.

결국 샤워 뿐 아니라 세수도 하지 못하고 잔뜩 웅크리고 잠을 잤다.


다음 날, 숙소 직원에게 문제를 이야기하고 하루치 숙박비를 환불받고 방을 옮기려고 했는데 

환불이 안된단다. 

정말, 우리가 미쳤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그동안 한 번도 미리 숙박비를 다 지불한 적이 없었는데...


한참을 실랑이 한 끝에 이틀치 숙박비 240솔 중에 80솔만 환불을 받아서 나왔는데,

이미 기분도 그렇고, 어딜 가나 추울거란 생각도 들고 해서...

결국 하루만에 섬에서 나오고 말았다.


아직도 너무 아쉽다.

처음에 좀 힘들어도 숙소를 여기저기 보고, 잘 고를껄. 

따뜻한 물이 나오는지 확인이라도 좀 할껄.

섬이 정말 너무 좋았는데, 여유있게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나온 것이 정말 너무 아쉽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남해가 더 아름답다며 실망했다고 했지만,

나한테 티티카카 호수는 정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