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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볼리비아

D+69, 기이한 고산 도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에 오다

라파스. 

매연으로 악명높은 도시답게, 정말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매캐한 매연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래도, 라파스에 대한 첫인상이 좋았던 이유는,

도시에 들어설 때 보이던 체게바라 동상과 시내버스에 붙여져있던 체게바라 스티커.

뭔가, 민중들의 도시같다 그래야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


라파스는 정말 신기한 도시다.

온 도시가 황량한 계곡으로 둘러싸여있다. 아니 둘러싸여있다기보다 계곡 곳곳에 

건물들이 들어서있다고 해야하나. 

정말 어떻게 이런 황량한 계곡 사이에 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신기할 정도로, 지형이 특이하다.

나무도 많지 않고, 고도도 높아서 살기 쉽지 않은 이곳이

볼리비아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기 좋은 교통의 요지라서 실질적 수도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실제 수도는 수크레인데, 수크레는 사법수도, 라파스는 행정수도라고 한다)


볼리비아에 오기 전부터 볼리비아에 대한 여행자들의 안좋은 경험을 많이 들어서

살짝 긴장도 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흥미로웠고,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랑 같은 시기에 다른 여행자들이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라파스에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건 '데쓰로드'라고

위험한 산악길을 자전거로 내려오는 그런 액티비티다.

영탄씨는 액티비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나 역시 10만원 넘는 돈을 주고 굳이 하고 싶지 않아서 패스.

대신 하루는 라파즈 센트로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니고, 다른 하루는 부유층이 산다는 지역에 가서

또 여기 저기를 헤매고 다녔다.

워낙 고도가 높은 도시라서 부유층은 그나마 고도가 낮은 곳에, 서민들은 높은 곳에 산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부유층이 산다는 그 지역은 공기부터가 다르다.

(지역 이름은 모르겠는데 소포카치에서 녹색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마지막 역에서 내렸다.)

각종 외제차 전시장에, 대형마트와 쇼핑몰, 명품샵들을 길에서 볼 수 있고, 매연도 훨씬 훨씬 덜하다.

거의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다른 지역에 가보긴 했을까,

여기가 정말 같은 도시인가 싶다.


아무튼 여기저기 걸어다니다보면 우연히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센트로에서는 케이블카 안에서 굉장히 유쾌한 아저씨를 만나 잘 통하지 않는 언어로 한참을 수다를 떨고,

예상치도 않게 아트마켓이 열린 곳에 가서 예쁜 기념품도 사고, 재밌는 구경도 하고.

우연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로컬 맛집에서 밥을 먹으며 기타 연주도 듣고.

그렇게 라파스에서 이틀을 보냈다.

남들 다가는 달의 계곡도 안가고, 액티비티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Tip> 라파즈에서 뭐하지

1. 마녀시장

San Francisco 광장과 성당 뒷 편 길이 여행자 거리인데, 그 쪽에 마녀시장 길이 있다.

현지인들에게 Mercado de Bruja(메르카도 데 브루하) 또는 Brujos(브루호스) 이렇게 이야기하면

길을 잘 알려준다.

페루도 그렇고, 볼리비아도 그렇고 아직 토속신앙같은 것이 남아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무당이 굿하고 그러는 것처럼 나름 의식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녀시장은 그런 것을 하는 분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모여있는 곳인데,

말린 새끼 야마가 상점 앞에 죽 걸려있기도 하고, 이상한 약초같은 것들이 쌓여있기도 하다.

신기하게 '사랑이 이루어지는 약' 있냐고 하면, 무언가를 꺼내서 보여주고,

돈을 많이 벌게 해주는 약, 액운을 쫓아주는 약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센트로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냥 돌아다니면서 지나가며 들러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2. 텔레페리코

라파스의 명물 지상전철. 그냥 케이블카라고 생각하면 되고, 우리가 있을 때 텔레페리코 2주년

기념 행사가 있었으니, 이제 생긴지 2년 되었나 보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라인이 있는데 빨간색 라인은 터미널 바로 근처에서 탈 수 있고,

노란색, 초록색 라인은 미니버스를 타고 해당역으로 가야 탈 수 있다. 센트로에서 걸어가기엔 멀기에.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라인은 노란색, 초록색 라인인 것 같다.

노란색 라인 끝으로 가면 mirador라고 해서 도시에서 가장 높이 올라가서 도시를 볼 수 있다고.

기이한 도시 풍경을 보기에 텔레페리코만한 게 없는 것 같다.


3. 야경보기

라파즈 도시의 지형이 특이하기 때문에 야경도 끝내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의 경우, 뭐, 그닥 큰 감흥은 없었지만(그냥 낮에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게 훨씬 멋졌다)

많은 분들이 라파즈 야경은 놓치지 말라고 하니. 한 번 봐도 좋을 것 같다.

야경을 보는 방법은 텔레페리코에서 보는 방법과 낄리낄리 전망대에서 보는 방법이 있다.

낄리낄리 전망대는 숙소에서 멀지 않아 그냥 걸어서 갔는데, 

가보니까 동네 아이들, 어른들이 놀이터처럼 나와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공원같은 느낌이어서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