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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의 남미 여행/칠레

D+81, 별과 피스코의 고장, 피스코 엘끼

누군가가 그랬다.

피스코 엘끼에 가면 말을 타고 별을 볼 수 있다고.

너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지구 자가장의 중심이라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바로 피스코 엘끼라고.


이 말에, 원래 계획에 없었던 피스코 엘끼를 여행 루트에 집어넣었다.

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까지 가려면 20시간 넘게 걸리는데, 잘됐다 싶었다.

그렇게 피스코 엘끼에 갔다.

(아, 피스코 엘끼는 피스코라는 술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도착한 피스코 엘끼는 듣던대로 정말 한적하고 아름답고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마을은 계곡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들어서있고, 마을을 따라 포도밭이 줄지어 있는데

그 모습이 동화 속 마을처럼 참 곱다.

골목을 따라 늘어선 집들도 하나같이 조그마하니 예쁘고, 

골목 곳곳의 벽면에 그려진 그림들도 참 예술적이다. 

게다가 아타카마에서 묵었던 도미토리와 같은 가격으로 넓은 정원이 있는 더블룸을 구하고,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자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아무튼, 피스코 엘끼의 첫 인상은 정말 정말 좋았다! 오길 진짜 잘했다는 생각!


하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피스코 엘끼에 있는 동안 내내 하늘이 구름으로 잔뜩 뒤덮혀서

도저히 별투어를 할 수 없었다.

하루는 낮에 좀 파란 하늘이 많이 보여서 투어사에 갔더니, 저녁 7시에 마지막으로 날씨를 확인한다며,

오늘은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보이니까 그 때 다시 와보라고 해서

하루 종일 구름이 어디로 이동하나 몇 번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다렸는데...

결국 구름이 걷히질 않아 투어 실패.

그렇게 3일을 구름만 바라보며 망연자실해있다가, 더 이상 기다릴수 없어 피스코 엘끼를 떠나왔다는...

그런 슬픈.....ㅠㅠ


그래도 마을이 참 올망졸망 예쁘고, 

계곡을 따라 이웃 마을에 자전거를 타고 갔던 길도 즐거웠어서.... 후회는 없다.

뭐, 계절과 날씨를 잘 확인해서 여행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만약, 한적한 마을을 좋아한다면 피스코 엘끼에 한 번 들러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라세레나는 터미널만 이용하고,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피스코 엘끼에 가기 위한 거점 도시

라 세레나도 굉장히 멋진 곳이라고 들었다.

라 세레나에서 엘끼 계곡에 있는 마을들로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린 가지 않았지만, 

비쿠냐라는 마을도 좋다고 한다. 거기에서도 별투어를 한다고.


아, 그리고 엘끼 계곡에는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라는 칠레의 유명한 작가의 생가가 있기도 하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여성작가인데 

파블로 네루다의 스승이기도 했단다.

만약, 이 작가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잠깐 들러서 쉬었다가도 좋을 것 같다.


꿈꿨던, '말을 타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피스코 한잔하기'는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3일 동안 하릴없이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던, 그 느렸던 시간들은 잊지 못할 거다.


영탄이가 참 좋아했던, 넓은 정원이 있던 숙소, San pedro hostal.

피스코 엘끼의 흔한 벽화.

자전거 타고 인근마을 가는 길. Horcon은 수공예품 마을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매일, 나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던 구름..

파란 하늘에 구름이 너무 멋지고 예뻤는데, 이런 구름이 있으면 별을 보지 못한다는 슬픈 사실..ㅠㅠ